- Stellarium -
"도시로 가야해요."
이 문장만 몇 번을 말했던가. 어느 순간부터 오드는 이를 세는 것 조차 그만두었다. 외부에서 정처없이 돌아다니는 날들을 세는걸 그만두었을 때 같이 그만두었을지도 모른다. 도시 밖은 위험했다. 자원이 부족한 몰락자들이 언제 어디서 공격해올지 몰랐다. 그리고 실제로 몰락자들의 공격을 받은 일들 또한 이제는 더 이상 세지 못할 정도일 것이었다. 수호자는 오드의 도움을 받아 불사의 존재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위험을 감수하는 일은 오드가 원하지 않았다. 줄타기를 하는 듯한 위태위태한 여정에 불안한 오드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의 수호자, 테르하-4는 대꾸도 하지 않고 그저 향하던 방향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잠시동안의 여정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부터가 잘못이었을까. 처음부터 강경하게 나갔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오드는 그의 수호자가 생전 세상과는 달라진 세상을 알아보고 싶어서, 그 변화에 익숙해지기 위해 도시로 향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오드는 테르하가 이렇게 방랑하는 목적성에 대해 아무런 추측도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테르하-4는 말수가 적았다. 필요 이상의 대화를 하지 않으며, 그에게서 반응이 돌아온다해도 대부분 짧은 대꾸에 불과했다. 딱히 오드를 경계하거나 성격이 나빠 그러는 것은 아니었다. 오드의 관찰에 따르면 그는 그냥, 그런 사람이었다. 오드가 생각하기에 그는 오히려 차가운 사람이라기보다는 인정많은 쪽에 가까웠다. 이 기나긴 목적지 없는 여정 도중 둘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과 종종 마주쳤고, 그 때마다 테르하는 어김없이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그리고 그들의 할 일이 끝나면 미련없이 떠나고 다시 정처없는 여정을 시작한다. 그게 지금까지의 패턴이었다. 그럴 때마다 오드는 종종 테르하의 생각에 대해 물었지만 썩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는 돌아오지 않았다. 자신의 수호자라지만 오드는 여전히 테르하-4의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흐르고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오드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의 수호자가 악한 인물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 뿐이었다.
둘의 여정에 특이점이 생긴 날은 여느때와 다름 없던 날이었다. 여느 때 처럼 둘은 기묘한 여정길 위였고, 해는 머리 위를 넘어 다시 서쪽으로 지기 시작할 때 쯤이었다. 하염없이 걷던 테르하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고 오드도 그를 따라 주변에서 맴돌았다. 잠시 쉬었다 가려는 참이겠거니, 하며 오드가 주변을 탐색하려던 때 수호자는 절대 꺼내지 않을 것 같던 문장을 내뱉었다.
"이제 도시로 가죠."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 갑자기 그가 마음을 바꾼 것인지는 지금의 오드도 모르는 일이다. 지금까지도 수호자가 이야기해준 적이 없기 때문에.